8,500원 때문에 당한 불쾌하기 짝이 없는 경험

카페에서 일을 하다 저녁 식사시간이 되어 뭘 먹을까 고민하며 돌아다니다가, 부대찌개가 눈에 띄이길래 오랜만에 먹어보기로 했다. 간혹 1인은 받아주지 않는 경우가 있어서 조심스레 들여다보니, 6000원짜리 제육정식도 팔고 있어서 괜찮으려니 하고 들어갔다.

 

나: "1인 메뉴 가능한 것 뭐가 있을까요?"

직원: "찌개밖에 없어요. 사리 넣어드릴까요?"

나: "제육정식은 점심만 되는건가요?"

직원: "(딴청부리면서) 바쁠 땐 안해요"

나: "네 사리 넣어서 주세요"

 

바쁠 땐 안된다니.. (사람도 거의 없었다, 총 5명 정도?) 어이가 없었지만, 어쨌든 처음에 찌개를 생각하고 들어온 거니 기분좋게 먹고 나가자, 했다.

식사를 마치고.. 

프론트에 가도 직원이 계산을 할 생각을 하질 않는다. 뭐 못볼 수도 있고 이런 경우야 많으니, 친절하게도(?) 직원을 호출했다.

 

나: "계산이요!"

 

체크카드를 제시하고는 평소처럼 "영수증은 버려주세요" 하고 나왔는데 뒤에서 직원이 부른다.

 

직원: "잔액 부족이라고 떠요"

 

아뿔싸.. 이번 달 생활비를 소비통장에 넣어놓질 않았더니 잔액이 부족한 모양이다. 카드사용 통지 문자를 보니 잔액이 4,500원만 남아있다.

 

나: "아 그래요? 제 차가 이마트 쪽에 (걸어서 약 3-4분거리) 있는데, 카드를 가져와도 될까요?"

직원: "점장님한테 물어봐야 하는데.."

 

잠시 후에 점장이 와서 이상한 표정으로 훑어보더니.. 시선이 핸드폰에서 갑자기 멈추고는, 한다는 말이 가관이다 (시선이 멈춘 순간 직감했다).

 

점장: "핸드폰을 놓고 가세요.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는 형식적으로 붙인 말이고, 거기에 웃기까지 한다.

만일 '저희도 이런 경우가 많아서 죄송하지만 뭔가 맡겨 놓고 가거나 연락처를 주시거나 해주실 수 있을까요?' 정도로 얘기했다면 충분히 그럴 의사가 있었다 (사실 내가 먼저 핸드폰을 맡길 생각을 했으니까). 그런데 점장의 시선처리나 말투/표정을 보고는 순간 마음이 굳어버렸고, 하도 어이가 없어서 핸드폰을 던져두듯 하고 카드를 가지러 나와버렸다. 핸드폰을 '맡겨 두는' 것도 아니고, '놓고' 가라니. 표현을 해도.. 

카드를 가지러 갔다 오는 길에 오만가지 생각이 든다. 

'신뢰가 무너진 세상이니 어쩔 수 없는 걸까. 내가 점장이었다면 어떻게 했을까? 8,500원 도둑 맞을까봐 손님을 기분나쁘게 할 바에야, 돈 떼어먹고 도망갈 확률이 그리 높지 않다면 그냥 보내주는 편이 장사하는 입장에서도 더 나은 방법 아닌가?'

한숨이 나온다. 카드 결제하고는 한마디 하고 나오리라. 그래도 최소한 나를 믿지 못하고 보냈다는 것에 어느정도 미안한 마음은 갖고 있겠지. 

음식점에 도착해서 프론트에 갔는데, 점장은 저 쪽 테이블에서 뭔가 손질하고 있었던지 누가 왔는지 제대로 살펴보지도 않는다. 내가 아니라 손님이 왔을 수도 있는데?

점장은 나를 보자마자 계산할 생각부터 하고는 POS를 들여다본다. 

점점 더 기가 막혔다.

 

나: "핸드폰부터 주시죠"

점장: "(핸드폰 내밀면서) 뭐 드셨어요?"

나: "하.. 찌개에 사리 하나 먹었어요. 앞으로 여기 올 일 없을 겁니다."

 

소심하게, 그러나 분명한 소리로 한마디 했는데 짐짓 못 들은 체 한다.

 

점장: "8,500원입니다."

 

설마, 아까 내 말을 못들은거겠지. 난 그저 사과 한마디 듣고 싶었던 건데.

 

나: "앞으로 여기 올 일 없을 겁니다"

점장: "…"

나: "상식적으로 제가 돈을 떼어 먹을 생각을 했으면 그냥 몰래 나갔지, 직원분을 불러서 계산해달라고 했겠습니까? 앞으로 여기 올 일 없을 겁니다"

점장: "네"

 

'네' 라고…?!@?#

심지어 '어린 놈이 왜 진상이야'라고 말하는 듯한 희미한 웃음까지 입가에 번진다. 정말 화가 나서 더 있다가는 자제를 못할 것 같아 얼른 뛰쳐나왔다. (소심한 놈 같으니..)

그러고는 다시 카페에 일하러 와서는 하도 어이가 없어서 이 글을 쓰고 있다. 어쨌든 잔액을 확인하지 못했으니 내게도 잘못이 있지만, 이렇게까지 불신을 가정하고 살아가야 하는 사회였던가 싶고, 그보다도 점장의 태도가 매우 불쾌하다. 일단 사건의 발단부터 의심의 눈초리로 바라보는 시선이나, 돈만 받아내고 보내면 된다는 듯한 태도 (계산할 때는 가소롭다는 듯한 의미심장한 웃음을 띄고는 아예 쳐다보지도 않는다). 화를 돋구는 특기가 있나보다.

일개 시민이 이 글을 인터넷 한 구석에 올렸다고 그 점장이나 놀부부대찌개 본사에서 눈 꿈쩍이야 하겠느냐만은 (발견도 못하겠지만), 고객 하나는 확실하게 잃었다. 날 그저 8,500원짜리로 봤다면 당신들, 실수한거야.

 

 


부연

제가 1차 원인 제공자임이 분명함에도 단순히 호의를 베풀지 않았다는 이유로 불쾌감을 토로한다는 것이 적절치 않다는 지적이 있었습니다. 이런 면에서 볼 때 어떤 분들은 이 글을 보면서 '당신이 잘못 해놓고는.. 성격 이상하네' 하실지도 모르겠습니다.

사실 관계만 놓고 보면 옳은 지적이고 과민한 반응으로 보일 수 있지만, 제가 불쾌감을 느낀 것은 점장의 태도입니다.

초반 대응에서 표정이나 말투 등에서 돈을 떼어먹고 도망갈 가능성이 다분하다는 듯한 의심의 눈초리를 여과없이 드러낸 시점에서 이미 마음이 상했는데, 결제하러 돌아가서의 점장의 대응으로 볼 때도 매뉴얼 대로 대응했던 것이 아닌 여전히 '돈'에만 초점이 있었다는 것을 재확인하고는 더더욱 그 태도를 납득하기 어려웠습니다. 

처음보는 손님이니 당연히 못미더울 수 있지만, '사람'을 바라보는 시선까지 그러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대응 절차대로 수행하는 것과 수행하는 태도나 마음의 문제는 별개이니까요.  

그저 불평글 하나 올렸을 뿐인데  페이스북을 타고 전혀 예상치 못한 조회 수를 보이고 있어서, 오해의 여지도 충분한 글인데 여파가 커지는 것 같아 조금은 당혹스럽기도 하고 조심스럽기도 해서 부연 글을 남겨봅니다.

Author: Seonho K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