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4-21, Phase #3

내 인생의 Phase 1을 학창시절(대학원 시절까지)이라고 한다면, Phase 2는 솔트룩에서의 근무기간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햇수에 비해 여러가지 고뇌와 삶의 변화가 있었던 시기다.

이제 Phase 3의 문 앞에 서있다.  정확하게 말하면 솔트룩스에서 퇴사한 것. 아직까지 처리하고 나와야 할 업무가 남아 있어 아직까지는 홀가분한 맘이 덜하긴 하지만, 어쨌든 사회적 신분상으론 자연인인 상태다.

2011년 3월, 박사 과정 중 좀처럼 현실적으로 느껴지지 않는 이론의 세계에서, 사람들의 눈에 보이고 손에 잡히는 무언가를 해보겠노라고  주변의 만류도 뿌리친 채 박사 학위를 마치지도 않고 무작정 회사를 지원해 솔트룩스에 입사했던 그 때를 돌아보게 된다.

지금은 이사해서 기억이 가물가물한 회의실에서의 면접, 그리고 개발능력 테스트 때 잠시 머물러 있던 사무실의 묘한 느낌이 아직도 생각나고, 입사하자마자 유럽협력 연구과제에 투입되어 헤매고 밤새던 그 때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6년이 훌쩍 지나가버렸다.

6년이라는 시간 동안 학교에만 갖혀 있던 그 때는 몰랐던, 성실함만으로는 되지 않는 냉정한 세계를 조금씩 경험하면서 스스로의 전문성에 대한 갈등, 우주에 의미있는 작은 흔적이라도 내보고 싶은 욕심이 뒤섞이게 되었던 것 같다. 박사과정도 다시 마무리해보겠다고 제자의 외도에도 늘 격려해주시던 교수님께 다시 지도를 부탁드리기도 하고, 나만의 사업을 생각하며 부끄럽기 그지없는 어줍잖은 시도를 해보기도 했다. 그리고 2017년 4월 21일, 여러 고민 끝에 다음 단계에 발을 들이밀고 도전해보려는 결정을 실행에 옮기고야 말았다.

스스로의 전문성에 대해 늘 부족함과 모종의 자괴감(?)을 느껴왔는데, 근무 기간이 축적됨에 따라 점차 관리 업무를 맡게 되고, 그런 업무의 특성상 최근 인공지능의 붐을 타고 한창 유명세를 타고 있는 회사의 브랜드를 등에 업은 채 고객을 만나면서 그러한 부담이 가중되었던 것 같다. 게다가 매출의 대부분이 B2B라는 사업 특성상 결국 다른 기관을 위한 서비스와 시스템 구축을 수행하고 또 다른 기관의 사업 수주를 위해 그 브랜드를 더 공고히 해야 하는 일의 반복 속에서, 아직은 축적해 둔 내공이 미천한 탓인지 스스로의 기술부채 문제를 해결하는데 체력적 한계에 부딪히게 된 것 같다.

이제 30대 중반 밖에 되지 않은 이제 막 초보 딱지를 떼어낸 젊은이가 어설픈 전문가 놀이에 뛰어들려 했던 것은 아닌지. 이제 다시 기본으로 돌아가서 자신을 다듬을 때가 되었다는 생각이 든다.

내 인생의 여정에서 Phase 2가 격변의 시기였다면, Phase 3는 모험과 도전의 시기가 될 것 같다. 이제 새로운 환경에서 나 자신을 스스로 증명해야 하는 시기이기도 하고, 언제가 될지 모르는 Phase 4를 위해 견고한 기초를 놓아야 할 때이기도 하다.

그리고 하나님 나라에 나는 어떻게 기여할 수 있을지에 대한 생각에 구체적인 진전이 있었으면 좋겠다. 그저 살아내기에 급급한 나머지 자기 합리화에 빠져버리지 않고, 내 인생의 가치를 발견하고 추구하기 위한 시기가 될 수 있었으면 좋겠다.

 

Author: Seonho K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