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플갱어로부터 얻어낸, 승리의 커피

내 스타벅스 닉네임은 ‘써노’다.

“써노 고객님~ 아이스커피 나왔습니다~”

그런데.. 읭? 왠 청순해 보이는 한 여인이 픽업대를 향해 종종걸음을 친다.
뭔가 얘기하러 가나? 아니면 옆에 다른 커피 가지러 가나? (안보이는데..)
했지만.. 내 커피로 추정되는 테이크아웃 잔을 덥썩 집어든다.

‘어라? 똑같은 커피를 시켰나?’
그래, 그럴 수도 있지, 사람을 의심부터 하다니 나도 점점 꼰대가 되어가나.. 조심해야겠다고 생각하던 그 순간,

“써노 고객님.. 맞으세요?”

직원이 당황했는지 그 여인에게 되묻는다.
오! 직원이 써노가 아님을 알아본다.

‘그러면 그렇지, 감히 스타벅스 선호점에서 써노가 주문한 커피에 손을 대다니..’

괜한 실갱이를 하지 않아도 되겠구나 싶어 안심했다.

‘커피에 닉네임이 붙어있을텐데, 확인하고 나면 내려놓겠지. 아니면 실수로 내가 주문한 커피를 집어들었거나..’

누구나 할 수 있는 흔해빠진 평범한 논리를 펼치느라 바쁜 머리를 때렸다.

“네!”

엥? 뭐라고? 진짜 써노는 뒤에 있는데? 내가 지금 유체이탈 중인가? 이 상황은 뭐지?

“써노.. 고객님.. 아니신 것 같은데..”

충직한 스타벅스 선호점의, 신참으로 추정되는 직원이 오히려 당황한 나를 깨웠다. 아뿔싸, 내가 너무 순진했구나. 게다가 이 여인은 연신 자신이 써노가 맞다고 연신 고개까지 끄덕이며 한 손으로 집어도 충분한 커피잔을 두 손으로 움키쥐고 있다.

커피가 너무나 간절했던 걸까? 아니면 자신이 일단 써노라고 해야할 것만 같은 당혹스러움에 사로잡힌 탓일까? 차라니 나에게 한 잔 사달라고 하면 기꺼이.. (응? 이건 아니지, 아직도 정신을 못차렸구만!)

분명 여인의 모습을 하고 있으니 남자인 나의 도플갱어일리는 없다는 추론 정도는 할 정신은 돌아왔나 보다. 이 여인을 더 당혹스러움에 파묻히도록 그냥 내버려 둘 수는 없다는 사명감, 분명 써노가 아닌 것 같은데 맞다고 우기니 내 눈치를 보고 있는 신참으로 보이는 직원을 배려해야 한다는 오지랖, 이제 날씨가 풀린 탓인지 빨리 아이스커피를 목으로 넘기고 싶은 본능 등이 한데 뒤얽혀, 마침내 입을 열었다.

“제 커핀데요 -_-“

다행히 반전은 없었다. 여인은 픽업대로 향하던 그 종종걸음으로 자리로 돌아갔다.
그리고 난 얼결에 얻은 승리의 커피잔에 빨대를 꽂고야 말았다.

Author: Seonho K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