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정상회담과 하나님의 섭리 #2

이번 정상회담으로 적화통일이 된다는 둥, 전쟁이 난다는 둥 하나님이 경고하신다는 사람들에게.

개인적으로는 과거 보수/진보 정권 할 것 없이 그 시기에 그들의 방식이 필요했고, 지금의 진행 방식 또한 지금의 세계 정세에 비추어 필요한 방식이라 생각한다. 모든 상황들이 종합적으로 어우러져 지금의 결과가 나온 것이라는 생각이다. 김대중 정권 이후로 계속 햇빛정책만 고수했다면 지금의 결과가 나올 수 있었을까? 이명박 정권 이후로 계속해서 강경쟁책만 고수했다면 지금의 국면이 만들어질 수 있었을까?

이번 정상회담이 그들에게 속는 것일 뿐 오히려 위협이 되어 돌아올 것이며, 이 결과에 동조하는 사람들은 하나님의 음성을 듣지 못하는 영적으로 무지한 자들이라는 식의 발언에 대해서는, 반대로 하나님의 사람들을 통해 말씀하시고 일하신 결과들에 대해서는 무엇이라 설명할텐가? 왜 그들만 하나님의 음성을 들으며, 그 음성을 따라 사는 것이라 하는 것인가? 하나님의 나라를 이루어가시는 방식이 그들의 생각처럼 한가지 방식만을 고집하시는 단순무식한 분이라 믿는 것인가?

하나님이 선악에 있어서는 타협이 없으신 분인데 무슨 소리냐라고 강변한다면, 당연하다. 하나님은 그러한 분이시다. 악에 대해서는 일말의 타협도 없으신 공의의 하나님이다. 그러나 하나님의 섭리 속에서 악을 허용하고 계시며 되려 선으로 바꾸셔서 역사를 이끌어가시는 하나님의 스케일을 모른다면, 십자가 사건은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예전에 감히 자신이 생각하는 하나님의 방식에 ‘신학’이라는 단어를 들먹였다는 이유만으로 배도한 자 취급을 받고 나와의 모든 연결을 끊어버린 친구에게 내가 마지막으로 해주었던 말이 있다.

‘하나님의 음성 듣는 삶과 그 방식에 대해 처음부터 제고해보기를 권한다.’

내가 하나님의 음성을 잘 듣고, 그 말씀대로 순종하며 잘 살고 있기 때문에 하는 말이 절대 아니다. 적어도 내가 믿는 하나님은 사람의 생각에 갇혀 있는 분이 아니며, 내가 들은 음성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겸손이 필요하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하나님의 음성이나 예언을 나눌 때 ‘하나님이 말씀하시길…’ 이 아니라, ‘나에게는 이런 마음을 주시는 것 같다’ 정도의 표현이 나 스스로를 교만하지 않게 만드는 장치라고 생각한다.

과격한 단어를 섞어 목에 핏대를 올려가며 비난조의 주장을 펴는 ‘안맞으면 말고’ 식의 ‘예언’이, 나중에는 그들의 경고와 기도로 인해 하나님이 긍휼을 베푸셔서 전쟁이 일어나지 않았다는 합리화로 변질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들은 ‘내가 틀렸었다’라고 말할 수 있는 겸손을 갖추고 있을까. 반대로 나도 만일 그들의 주장이 현실로 이루어진다면 나 또한 하나님의 음성을 듣지 못했음을 인정해야 함은 물론이다.

남북 정상회담과 하나님의 섭리

2018년 4월 27일 남북 정상회담을 바라보는 시선을 보면서, 조회수가 몇 되지도 않는 인터넷 구석에 있는 개인 블로그이지만, 한마디 남겨야겠다 싶다.

어떤 이들은 정상회담과 그 성과에 의미를 부여하는 일을, 북한정권의 인권유린에 대한 묵인 또는 망각과 김정은 개인 또는 정권에 대한 미화 또는 나아가서는 북한정권 옹호로 연결시키는 것을 보면서, 속이터져 견딜 수가 없다. 극히 일부일 것으로 추정되는 극좌파 인간들에 해당하는 수많은 가정들을 연결하는 과감하고도 무모한 비약적 추론을 대체 왜 모든 사람들에게 서슴없이 대입시키는 것일까?

내가 만일 대통령이라면, 민족의 염원과 평화와 북한의 인권 문제를 위해서라도 김정은의 악행에 대해 속으로는 구역질을 할 지언정 정상회담을 성공적으로 이끌어내기 위해 웃음을 지어야만 했을게다. 두 얼굴의 김정은을 대면하며 평양냉면 맛있다고 한마디라도 건네주고 청와대로 돌아가서는 체해서 소화제를 먹어야 했을게다. 아니 준비하던 기간들을 포함해서 위장병이라도 났을 것 같다.

이번 정상회담이 북한정권을 옹호하는 일이며 북한의 인권유린을 부추기는 일이라고 주장하는 그들에게 질문하고 싶다. 김정은과 북한정권이 그러한 정권이니 날이면 날마다 각을 세우는 일이 고통받고 있는 동포들에게 어떤 실제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가? 오히려 김정은을 대화의 장으로 끌어내어 지금보다는 나은 상태로 나아갈 방안을 찾고 합의해야 할 것 아닌가? 그게 아니라면 북에 쳐들어가 모조리 때려부수기라도 할텐가?

게다가 소위 말하는 우파 기독교인들(좌우 구분하고 싶지 않지만 그들이 정상회담을 찬성하는 기독교인들을 좌파로 통칭하는 것을 볼 때)은 이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서, 이들 기독교인들을 영적으로 무지하여 자신도 모르게 북한정권을 옹호하는 경우 또는 하나님이 가증하게 여기는 일들을 자행하는 무리로까지 해석해버리는 일반화 오류의 극단을 보여준다.

나 자신조차도 수많은 생각이 뒤엉켜 그 생각이 어떤 것들로부터 영향을 받아 형성되어 왔는지 분간조차 어렵고 부패한 본성으로 인해 순간순간 하나님을 의지하지 않고는 오동작하기 십상인 연약한 존재일진데, 그들은 나의 의도와 생각을 명확하게 잘 판단할 수 있는 어마어마한 정확도의 딥러닝 분류기라도 탑재하고 있는 모양이다. 눈에 보이는 사건들 이면에 수많은 이해관계와 사건들이 조합되어 있다는 단순한 상식과, 그 사건들의 인과관계가 어떤 결과를 이끌어낼지 한 치 앞도 예상하기 어려운 사회 시스템 속에서 그들이 주장하는 방식의 정치적 행태만이 선한 결과를 내는 하나님의 방식임을 주장하는 그 자신감은 대체 어디서 기인한 것인지 모르겠다.

하나님을 슬프시게 하는 북한정권의 수많은 악행과 추태들에 대해 눈물흘리며 기도하고, 하나님의 나라와 그 은혜가 북한 땅에 풀어지도록 기도하는 일은 너무나 필요한 일이고 마땅한 일이다. 그런데 왜 그 기도와 열정이 북한 땅(북한 정권이 아닌)을 축복하는 일에 사용되지 않고 엄한 국내 기독교인들에 대한 판단과 비난으로 목에 핏대를 올리고 있는 것인지 진심으로 안타깝다.

하나님이 일하시는 방식을 그들의 사고 안에 가두고 있는 것은 아닌지(이러이러하게 흘러가야만 하나님이 기뻐하신다는). 소위 보수 정권 때는 로마서 13장 1절을 들먹이며 권위에 순종하라고 주장하면서 ‘소위’ 진보 정권 때는 대통령 비난에 앞장서 있는 아이러니는 무엇인지. 주체사상이라는 비기독교적 사상에 대한 반감, 그리고 ‘거룩한 사명감’에 불타 있는 탓에 북한과 그를 둘러싼 정치·경제·사회적 역학 관계의 복잡성을 이분법적으로 바라보며 다른 사람들도 그 잣대로 해석해버리는 우를 범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이 모든 갈등들도 하나님의 섭리 안에서 선을 이루시도록 기도해야 할 때인 것 같다.

도플갱어로부터 얻어낸, 승리의 커피

내 스타벅스 닉네임은 ‘써노’다.

“써노 고객님~ 아이스커피 나왔습니다~”

그런데.. 읭? 왠 청순해 보이는 한 여인이 픽업대를 향해 종종걸음을 친다.
뭔가 얘기하러 가나? 아니면 옆에 다른 커피 가지러 가나? (안보이는데..)
했지만.. 내 커피로 추정되는 테이크아웃 잔을 덥썩 집어든다.

‘어라? 똑같은 커피를 시켰나?’
그래, 그럴 수도 있지, 사람을 의심부터 하다니 나도 점점 꼰대가 되어가나.. 조심해야겠다고 생각하던 그 순간,

“써노 고객님.. 맞으세요?”

직원이 당황했는지 그 여인에게 되묻는다.
오! 직원이 써노가 아님을 알아본다.

‘그러면 그렇지, 감히 스타벅스 선호점에서 써노가 주문한 커피에 손을 대다니..’

괜한 실갱이를 하지 않아도 되겠구나 싶어 안심했다.

‘커피에 닉네임이 붙어있을텐데, 확인하고 나면 내려놓겠지. 아니면 실수로 내가 주문한 커피를 집어들었거나..’

누구나 할 수 있는 흔해빠진 평범한 논리를 펼치느라 바쁜 머리를 때렸다.

“네!”

엥? 뭐라고? 진짜 써노는 뒤에 있는데? 내가 지금 유체이탈 중인가? 이 상황은 뭐지?

“써노.. 고객님.. 아니신 것 같은데..”

충직한 스타벅스 선호점의, 신참으로 추정되는 직원이 오히려 당황한 나를 깨웠다. 아뿔싸, 내가 너무 순진했구나. 게다가 이 여인은 연신 자신이 써노가 맞다고 연신 고개까지 끄덕이며 한 손으로 집어도 충분한 커피잔을 두 손으로 움키쥐고 있다.

커피가 너무나 간절했던 걸까? 아니면 자신이 일단 써노라고 해야할 것만 같은 당혹스러움에 사로잡힌 탓일까? 차라니 나에게 한 잔 사달라고 하면 기꺼이.. (응? 이건 아니지, 아직도 정신을 못차렸구만!)

분명 여인의 모습을 하고 있으니 남자인 나의 도플갱어일리는 없다는 추론 정도는 할 정신은 돌아왔나 보다. 이 여인을 더 당혹스러움에 파묻히도록 그냥 내버려 둘 수는 없다는 사명감, 분명 써노가 아닌 것 같은데 맞다고 우기니 내 눈치를 보고 있는 신참으로 보이는 직원을 배려해야 한다는 오지랖, 이제 날씨가 풀린 탓인지 빨리 아이스커피를 목으로 넘기고 싶은 본능 등이 한데 뒤얽혀, 마침내 입을 열었다.

“제 커핀데요 -_-“

다행히 반전은 없었다. 여인은 픽업대로 향하던 그 종종걸음으로 자리로 돌아갔다.
그리고 난 얼결에 얻은 승리의 커피잔에 빨대를 꽂고야 말았다.

블록체인과 이커머스

터키에는 이스탄불 여행객들에게 추천되는 장소 중 하나인, 그 유명한 그랜드 바자르(Grand Bazaar)가 있지요. ‘바자르’는 이슬람의 경제활동이 이루어지는 장소를 일컫는 말이라고 하는군요. 저도 한 번 다녀온 적이 있는데 마치 우리나라 전통상가와 지하상가의 분위기와 흡사하면서도 어마어마한 규모에 놀랐던 기억이 있습니다. 게다가 여기 상인들은 한국어, 중국어, 일본어로 호객합니다. 마치 명동 상인들 같은?

출처: https://www.flickr.com/photos/jikatu/3924492530

각설하고, 이번 글에서는 그랜드 바자르와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지만 ‘오픈 바자르‘라는 개인간 거래 플랫폼을 소개해볼까 합니다. 우리나라로 치면 중고나라와 유사하면서 지마켓이나 옥션 같은 오픈마켓 성격을 결합한 모양새의 플랫폼입니다. 겉으로 보이는 특징을 몇가지 나열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1. 오픈 바자르 어플리케이션을 사용하여 거래
  2. 결제는 비트코인 등의 암호화폐를 사용
  3. 개인이 상품을 리스팅하고 판매할 수 있으며, 리스팅이나 판매에 따른 수수료가 없음
  4. 안전한 거래를 위해 중개자(moderator)를 통한 거래 선택 가능 (에스크로와 유사한 개념)
OpenBazaar.png
출처: https://openbazaar.zendesk.com/hc/en-us/articles/208020193-What-is-OpenBazaar

오픈 바자르에서의 거래는 이더리움의 스마트계약(smart contract)을 기반으로 이루어집니다. 또한 서비스와 플랫폼 유지에 필요한 서버 및 데스크탑용 클라이언트, 각종 도구들은 오픈 소스 기반으로 개발되고 있습니다. 여기서 일반적인 이커머스 서비스 또는 오픈마켓과의 결정적인 차이는, 서비스가 특정 벤더가 아닌 사용자들에 의해 유지된다는 점입니다. 바로 여기가 블록체인 생태계의 특징이 개입하는 지점입니다.

오픈 바자르를 구성하는 기술

오픈 바자르 네트워크

오픈 바자르를 둘러싼 생태계를 이해하려면 어떤 기술들이 사용되고 있는지 어느 정도는 알고 있어야 합니다. 개별 기술에 대한 깊이 있는 수준은 아니더라도 어떤 동기부여에 의해 특정 벤더없이도 개별 사용자들에 의해 자발적으로 유지될 수 있는지를 이해하려면 어느 정도의 기술적인 파악은 필요합니다.

먼저, 판매자가 자신의 상품을 등록하려면 해당 데이터 저장소와 서버가 필요합니다. 그런데, 오픈 바자르는 특정 벤더가 유지하는 서비스가 아니지요. 그러면 이 저장소와 서버는 어디에서 관리하고 있는 걸까요? 답은, IPFS입니다. IPFS는 개별 콘텐츠에 해시기반의 유일한 주소값을 부여하고 P2P 네트워크에 데이터를 저장하고 서비스하기 위한 프로토콜을 제공합니다. 어려운 말인 것 같지만, 간단하게 설명하면 우리나라에서도 파일 공유 서비스로 많이 사용되고 있는 토렌트처럼 콘텐츠를 관리하는 방식을 떠올리시면 쉽습니다.

그러면 IPFS에서 콘텐츠 저장과 서비스에 사용되는 저장소와 서버는 누가 왜 제공할까요? P2P 파일 공유서비스에서 파일을 받으려면 자신의 컴퓨터를 P2P의 저장공간으로 제공해야 하는 것처럼, 오픈 바자르를 사용할 때는 각 개인(Peer)이 콘텐츠를 캐싱하고 서로 간에 그 데이터를 공유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이를 ‘오픈 바자르 네트워크‘라고 부릅니다.

오픈 바자르 토큰

오픈 바자르에서의 거래는 비트코인(Bitcoin Cash, Zcash도 가능)을 사용한다고 했는데, 왜 토큰이 등장하느냐. 이 토큰은 거래가 아닌 오픈 바자르 생태계 유지를 위해 사용됩니다. 이건 위에서 설명한 오픈 바자르 네트워크의 단점을 보완하는 방편으로 도입된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IPFS 라는 탈중앙화 네트워크 방식의 특성상 콘텐츠의 발견과 검색을 위해서는 별도의 콘텐츠 수집, 색인 등을 별도로 구성해야 하는데 이 기능을 서드파티가 제공할 수 있도록 하고 이에 대한 보상으로 오픈 바자르 토큰(OBT)를 부여하게 됩니다. 오픈 바자르에서의 계약 정보(이더리움 스마트계약 블록)에는 상품들의 주소값이 포함되어 있는데, 이를 모니터링하면서 데이터를 수집하는 거죠.

그러면 OBT는 어디에 사용하느냐. 상품 광고나 리스팅의 우선 순위 부여에 사용할 수 있습니다. 마치 오픈마켓에서 광고비를 내면 파워클릭 등의 이름으로 상위에 노출되는 것처럼요. 즉, 오픈 바자르에서 판매수익을 극대화(이커머스에서 광고는 수익에 결정적인 영향력을 발휘하므로) 하기 위해서는 오픈 바자르 생태계에 기여를 하라는 메시지로 읽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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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 바자르 데스크탑 어플리케이션 스크린샷

이베이, 아마존을 넘을 수 있을까?

지금까지의 얘기를 종합하면, 오픈 바자르는 IPFS와 블록체인(이더리움) 생태계에 이커머스 도메인을 결합한 서비스 사례라고 요약할 수 있겠습니다. 그러면 오픈 바자르는 이베이, 아마존 등이 장악하고 있는 시장에 어떤 영향력을 미치게 될까요?

일단 수수료가 없다는 점은 판매자 입장에서 큰 매리트임에는 분명합니다. 또한 생태계 기여를 통해 광고 비용을 낮출 수도 있습니다 (이건 생태계 기여에 들어가는 비용 대비 효과를 분석해봐야 하니 구체적인 측정이 필요하겠지만, 아무래도 기존 광고비용보다는 상당히 낮은 비용일 확률이 큽니다). 결국 이러한 비용 절감을 판매가격을 낮추는 것으로 활용할 수 있다면 판매자와 구매자가 윈윈할 수 있는 구조가 만들어질 수 있습니다. 또한 각 개인이 번거로운 사업자 등록 등의 절차 없이도 쉽게 판매자가 될 수도 있습니다(C2C 비즈니스). 또한 경우에 따라서는 블록체인을 통한 익명화된 거래가 장점일 수도 있겠죠. 이러한 점들을 생각한다면 당연히 점진적인 사용자 확대를 충분히 기대해 볼만 합니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기존 이커머스 기업들의 서비스 수준을 따라잡기에는 여러 장벽들이 존재하는 것이 현실입니다. 첫번째 장벽은 온라인 쇼핑 고객들은 주로 익숙한 UX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는데 기존 이커머스 업체들의 UX에 길들여져 왔고 아직까지는 암호화폐를 통한 거래가 보편화되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쇼핑 경험을 위해 별도의 학습이 필요하다는 점은(복잡하던 아니던 간에) 첫 진입에 있어서 꽤나 큰 심리적 장벽으로 작용합니다. 게다가 이러한 UX의 개선이 오픈소스 프로젝트에 의존하고 있다는 점도 고객의 요구사항에 대한 발빠른 대응을 어렵게 만드는 요인입니다.

두번째 장벽은 특정 벤더에 의해 운영되는 것이 아닌 오픈 바자르의 특성상, 프리미엄 서비스라던지 각종 프로모션과 포인트/쿠폰 등의 락인(lock-in) 효과를 갖는 서비스를 제공하기 어렵다는 점을 들 수 있습니다. 이커머스 사업에서 이러한 서비스들은 고객 유입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마케팅/영업 요소이지만 오픈 바자르는 생태계 구조상 이런 방식들을 차용하기 어렵습니다.

세번째 장벽은 앞의 두가지와 연관되는 문제이기도 한데, 초기 사용자 확보의 어려움입니다. 어느 서비스나 초기 사용자 확보 문제를 겪게 마련이지만 오픈 바자르의 경우는 P2P를 활용하는 기술적 특성상 사용자의 확보가 서비스 제공의 품질(상품 검색 속도, 상품정보 조회 속도 등) 자체에도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더더욱 중요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필자가 테스트해 본 바에 의하면, 한국에는 오픈 바자르 네트워크에 참여하는 노드들이 거의 없어서인지 특정 상품 정보를 보려면 5초 이상 걸리거나 아예 조회가 되지 않는 경우들도 빈번하게 발견되고 있습니다. 콘텐츠 조회 대기시간에 대한 고객의 심리적 마지노선을 보통 2-3초 정도로 보는 서비스 품질 기준에는 턱없이 못미치는 수준입니다. 이는 다시 사용자 확보의 어려움으로 이어지는 악순환 고리가 될 수 밖에 없습니다.

결언

앞서 나열한 어려움들이 있음에도, 블록체인 생태계의 다이내믹한 변화와 확장은 기존 이커머스 업체에게 있어서 중장기적으로 충분히 위협이 될 수 있으리라 예상해 봅니다. 위협수준까지는 아니더라도 판매자 수수료와 광고비가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비즈니스 모델을 갖고 있는 이커머스 업체들 입장에서는, 사용자 중심으로 형성되는 온라인 쇼핑 대체제의 성장이 부담스러울 수 밖에 없습니다.

오히려 이베이나 아마존이 오픈 바자르와 같은 방식을 적극적으로 도입하여 운영해버리면서 더 많은 사용자들을 끌어들이고, IPFS를 통한 서버 운영 비용 등을 절감하는 등의 획기적인 변화를 시도한다면 어떨까 하는 상상도 해보게 됩니다. 이와 관련해서, 2014년에 네이버 웹툰에서 이미지 로딩에 따른 서버 부하 절감을 위해 그리드 컴퓨팅 방식을 도입하여 고객 휴대폰을 사용하려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은 사건이 문득 떠오르네요(관련기사). 물론 IPFS와는 기술적으로 다르기도 하고 네이버처럼 막무가내식으로 접근한 실패 사례를 본보기로 삼아야 하겠지만, 서비스 제공자나 고객 입장에서 워낙 여러가지로 리스크가 큰 변화일 것이기 때문에 충분한 검토와 조심스런 접근이 필요하겠지요.

아무튼, 오픈 바자르가 단순히 중고나라 같은 커뮤니티의 확장 방식이 아닌 탈중앙화 기술을 발판으로 삼은 플랫폼을 추구하고 있는만큼 계속해서 지켜볼만한 가치가 충분한 프로젝트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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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 바자르 홈페이지 (https://www.openbazaar.org)

steemit 에서 보기

헬스케어와 블록체인

내 몸의 정보는 내 것이 아니다

작년 말, 그러니까 2017년 11월에는 메디블록(Medibloc)이라고 하는 블록체인 기반 의료정보 공유 플랫폼이 ICO(Initial Coin Offering)를 했습니다. ICO 한 달 전인 2017년 10월에는 White Paper 1.0 버전을 공개했습니다.

이 플랫폼의 개념은 간단하게 생각하면 ‘블록체인이 보안에 안전하다고 알려져 있으니 여기에 의료정보를 관리하면 되겠네’하는 아이디어에서 출발합니다. 그러나 이는 단순히 저장소를 의료기관의 데이터베이스에서 블록체인으로 옮기는 것 이상의 의미가 있습니다. 즉, 지금까지는 의료정보 생성 및 활용, 관리의 주체가 개별 의료기관이었다면, 그 소유권과 활용의 주도권을 환자에게 넘기겠다는 것입니다.

현재의 병원으로 대표되는 의료기관에서의 경험을 생각해보면, 아이러니하게도 내 돈 주고 내 몸에 대한 의료 데이터를 생성하고는(물론 그 비용은 치료비용이긴 하지만), 그 데이터를 내가 조회 받으려면 또 돈을 내야 합니다. 게다가 다른 의료기관에서는 그 데이터를 알 수 없으니 또다시 검사 등의 비용이 발생하게 됩니다.

이 주도권이 환자에게 넘어온다면 어떨까요? A 병원에서 발생한 내 의료 데이터를 내가 관리하고 그 데이터를 B 병원에서 조회할 수 있도록 허가함으로써 중복 의료비용을 절감하고 의사 입장에서도 더 정확한 의료 행위를 할수 있게 됩니다. 병원 뿐 아니라 의료보험 신청 시에도 마찬가지이고, 심지어 의료정보 연구진에게는 일정 비용을 받고 내 데이터를 제공하는 것도 가능하게 됩니다.

PHR (개인 건강기록) 플랫폼

사실 이것이 그리 새로운 개념은 아닙니다. 개인 건강기록(PHR, Personal Health Record)이라고 하는 플랫폼에 대해서는 10년도 넘게 꾸준한 연구와 시도가 이루어져 왔었습니다. 2012년에 종료된 구글의 Google Health, 아직까지도 꾸준히 투자하고 있는 마이크로소프트의 HealthValut도 그러한 시도의 일환입니다. 이들 플랫폼은 의료기관이나 의료장비들로부터 발생한 개인 의료 데이터를 환자가 주도적으로 관리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인데, 구글이나 마이크로소프트와 같은 IT 공룡들이 의료 데이터마저 독식하겠다는 의도가 너무 들여다보인 탓인지 시장의 외면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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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서도 의료정보학회에서 전자의무기록(EMR, Electronic Medical Record) 또는 전자건강기록(EHR, Electronic Health Record)과 함께 PHR도 함께 연구되어 왔지만 엄격한 국내 의료법의 제한으로 상용화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올해 1월에는 애플도 iOS를 통해 획득되는 의료데이터를 PHR로 확장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습니다 (관련 기사). 사실 이미 예견된 바이긴 하지요. 그러나 국내 도입에 있어서 현재로서는 의료법의 제한을 받을 수 밖에 없습니다. 의료데이터를 개인 아이폰에 저장하는 것까지는 문제가 없지만, 이를 의료기관이 활용할 수 있도록 전달하기 위한 시스템 연계가 문제가 되기 때문입니다.

내 의료정보를 블록체인에 「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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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이 사진은 본 글의 내용과 아무런 관련이 없습니다..

조금 전까지 설명한 PHR의 실패는 어쩌면 신뢰할만한 탈중앙화 시스템이 없었기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왜냐하면 앞서 언급한 구글이나 마이크로소프트가 개발한 서비스를 이용한다 해도 그건 ‘구글/마이크로소프트 중심 의료정보 플랫폼’이지 ‘환자 중심’ 의료정보 플랫폼이라고 볼 수 없기 때문이고, 그만큼 환자에게 돌아오는 혜택을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또한 어마어마한 의료 데이터를 관리하는 플랫폼 제공은 그 정도 기업을 되어야 가능한 일이니 경쟁업체가 만들어지기 어렵고, 데이터 독점 등에 대한 반감도 생겨날 수 밖에 없습니다.

개인 의료 데이터를 블록체인에 올리면 어떨까요? 그리고 그 플랫폼을 활용하는 이해 당사자들(환자, 의료기관, 연구기관 등)이 블록체인에 데이터를 공유하는 것에 대한 혜택을 누릴 수 있는 생태계가 만들어질 수 있다면? 내 데이터를 활용하고자 하는 곳이 어디인지 내가 알고 직접 통제할 수 있으며 그 대가를 받을 수 있다면? 진료에 필요한 데이터를 확보를 위해 불필요한 진료 시간과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면? 데이터 제공에 매우 소극적이고 폐쇄적인 의료기관들을 거치지 않고 이 플랫폼을 통해 연구에 필요한 데이터를 획득할 수 있다면? 이러한 생태계가 제대로 구축될 수 있다면 환자 뿐 아니라 의료기관이나 연구기관 등에서도 PHR 활용 동기부여 측면에서 충분한 가치가 있겠지요.

바로 메디블록이 이런 상상에서 출발한 플랫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사실 이 시도가 메디블록이 처음인 것도, 유일한 시도인 것도 아닙니다. 메디컬체인이라는 플랫폼이 메디블록보다 조금 앞선 2017년 8월 ICO를 한 바 있습니다 (관련뉴스). 또한 헬스케어 분야에 호시탐탐 눈독을 들이고 있는 IBM도 블록체인 기반 의료정보 공유 플랫폼 개발을 진행하고 있고, 알파고로 유명세를 탄 딥마인드의 하위 프로젝트인 딥마인드헬스(DeepMind Health)에서 일찌기 블록체인 도입을 시사한 바 있습니다 (관련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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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서도 메디블록 뿐 아니라 라이프시맨틱스블록체인 기반 의료시스템 개발을 추진하고 있고, 이미 관련한 국내/국제 특허도 출원한 상태입니다. 또 여기에 발맞추어 보건복지부도 의료분야에서의 블록체인 활용을 위한 R&D와 사회적 논의를 시작하겠다는 계획을 언급했습니다 (이제서야??). 메디블록이 성공할지는 장담할 수 없으나, 블록체인 기반의 의료 공유 플랫폼이 우리 생활에 점점 가까이 오고 있다는 흐름은 부정할 수 없어 보입니다.

아직은 갈 길이 멀다

메디블록 개발 계획에 따르면 올해 5월에는 플랫폼 API와 SDK 제공, 12월에는 플랫폼 정식 버전 공개가 예정되어 있습니다. 올해 중순에 개발 윤곽이 어느정도 드러나고, 실제적인 테스트는 올해 말이나 내년은 되어야 가능하다는 뜻입니다.

그런데 메디블록 White Paper를 가만히 들여다보면, 이런 내용이 나옵니다.

메디블록 플랫폼에서 다루는 정보는 크게 세가지로, MED 정보, 개인 신상정보, 그리고 의료정보로 나눌 수 있다. 모든 정보를 블록체인에 저장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비용, 저장 용량, 성능 등의 현실적인 제약으로 인해 블록체인에 직접 저장하는 정보를 최소화하고자 상대적으로 용량이 큰 개인 신상정보, 의료정보 등은 블록체인 외부에 암호화한 형태로 저장하고 그에 대한 해시값만 블록체인에 기록한다. 데이터 저장소로는 IPFS를 기초로 하여 구성한 탈중앙화 저장소를 사용한다.

IPFS가 요즘 자주 등장하고는 있지만 아직까지는 그 성능이나 안정성이 충분히 검증되지 않은 상황이어서 의료정보와 같은 민감한 데이터를 관리하는 것에 대한 위험부담이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시스템적인 개발 문제도 있지만 의료기관들과의 협업, 일반인 대상 마케팅 등이 동시에 시너지 효과를 얻어야 성공할 수 있는 말그대로 ‘플랫폼 사업’이라는 점도 상당한 도전 과제입니다. 게다가 HL7, DICOM 등의 의료정보 표준 데이터모델은 12월의 정식 버전에 반영하고, 내년 1월에는 다른 표준들도 지원하겠다는 계획도 의료정보학을 전공했던 필자의 사견으로는 그리 만만한 계획이 아닙니다.

또 한가지, PHR 도입과 활용 측면에서 앞서 언급한 의료데이터 공유 문제에 대한 법적인 리스크도 있습니다. 메디블록에서는 이를 다음과 같이 설명합니다.

Q. 의료법상 환자정보공유에 대해 법적제한이 있는것으로 압니다. 이 문제는 어떻게 풀어나가실건가요?
A. 의료법과 개인정보보호법 상 제3자(병원이든 회사든 정부든)가 환자 데이터를 환자가 아닌 다른 제3자와 공유하는것은 법적으로 문제가 됩니다. 그래서 지금까지 의료 정보 공유가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환자가 자신의 의료 데이터를 모으고 그것을 제 3자에게 본인의 의사에 따라 전달하는 것은 괜찮습니다. 그래서 실제로 현재 환자가 의료 기관으로부터 의무기록 사본을 받은 다음 제 3자에게 전달하고 있는 것입니다. 메디블록은 환자가 자신의 의료 데이터를 모바일이든, PC든 전자 장비에 저장을 하게 하고 그걸 블록체인을 통해 무결성 증명을 하는 것을 기본으로 합니다. 그러므로 법적인 제한이 없다고 당당하게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메디블록은 ‘당당하게 말씀드릴 수 있다’라고 자신있게 답변했지만 사실 이것은 블록체인 상에서의 의료데이터 관리와 전달(공유)의 주체를 시스템적으로 어떻게 해석하느냐의 문제, 의료기관의 여러가지 이해관계(의료법에 막강한 영향력을 미치고 있는), 사회적 통념 등 다양한 관점의 협의가 있어야만 하는 부분입니다. 필자도 저 부분이 원만한 협의에 도달하기를 바라고 있기는 하지만 아직까지는 의료법상의 해석이나 판례가 없었기 때문에 문제가 되지 않으리라고 100% 장담하기는 어려운 부분 아닐까 싶습니다. 만일 의료법 개정이 필요한 부분이 발견된다면 그 또한 얼마나 걸릴지는 알 수 없고요 (보건부에서 ‘이제야’, ‘올해 안에’, R&D를 ‘시작’하겠다고 했으니..)

아무튼 제가 보기에도, 또 주변의 의견들을 들어보면 이런저런 이유로 우려의 목소리가 있는 상황인 것 같지만 개인적으로는 시도 자체만으로도 응원하고 싶은 프로젝트이고, 더구나 국내기업에서 추진하고 있다는 점도 관심을 갖게 하는 흥미로운 프로젝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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