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별금지법 반대’에 반대하며 (1/6)

민감한 주제의 글을 시작하며

일단 이 글을 시작하게 된 계기에서부터 시작해야겠다.

‘인권’의 문제가 크게 대두되고 있는 요즘, 특히 필자가 일하고 있는 IT 분야에서는 더더욱 글로벌 기업들의 CEO들이 서로 나서서 인권문제에 대한 입장을 적극적으로 표명하고 있으며(미국의 경우 그렇게 하지 않으면 직원들이 더 반발하는 비즈니스적 문제도 있을 정도), 더 직접적으로는 필자의 회사는 LGBTQ+ 인식개선이나 Diversity, Inclusion과 같은 주제를 담당하는 부서가 따로 있을 정도다. 그런만큼 필자의 주변에는 이러한 시각에 찬동하는 분들이 많이 계시기에, 동성애 등 민감한 주제에 대한 기독교적 입장을 밝히는 것이 그리 쉬운 결정은 아니다. 동시에, 길지 않은 인생이지만 지도교수님으로부터 신학의 길을 권유받을 만큼(지금 돌이켜봐도 꽤나 진지하게 말씀하셨던 것 같다) 진지한 기독교인으로 살아왔던 필자로서는 자칫 교회의 주장에 반대되는 것처럼 보이는 의견을 드러내는 것도 조심스럽다.

그럼에도 양쪽 모두에게 환영받지 못할 것 같은 이런 글을 쓰게 된 계기는, 차별금지법을 둘러싼 여러 논란 속에서 교회 공동체에서 만나게 되는 젊은 세대들(특히 청소년기 학생들)의 혼란과, 신앙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된 윗세대들의 막연한 편견과 비논리적 비판(비난에 가까운)들을 실제적으로 목격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중고등부 교사로 봉사하고 있는 필자의 제자들 중 일부가 일부 교회의 태도나 이 주제에 대한 어른들과의 불통에 큰 불만을 품고 있어, 이들과 어떻게 대화하고 교육할 것인가의 문제는 실제로 닥친 현안이기도 하다.

그리고 필자 자신을 위해서도 기독교 신앙의 견지에서 어떤 태도를 가져야 하는지를 입장을 정리해야만 했다. 또한 이것이 비단 필자의 주변에서만 일어나는 문제가 아니라 세대간 갈등, 나아가 정치적 대립으로까지 이어지고 있음에도(그 중심에 일부 기독교인들의 움직임이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모두가 대립각만 세우고 있을 뿐, 균형잡힌 시각으로 논의해가려는 움직임이 보이지 않아 답답한 탓도 있다.

더 큰 문제는 양측 서로에 대한 편견을 강화하고 더욱 대립의 극단으로 치닫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는 점이다. 조금이라도 동성애를 옹호하는 편의 선에 서는 것처럼 보이는 모든 행위는 교회 입장에서 ‘영적 이해가 없는’ 또는 ‘진리를 희석시키고 타협하는’ 행위로 치부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또 반대로 차별금지법을 우려하는 기독교의 시선을 ‘신의 이름으로 인권을 무시하고 차별을 정당화하는’ 종교로 여겨지기 십상이며 이는 (당연하게도) 교회 거부, 증오, 이탈로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이런 대립은 문제해결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으며, 오히려 온갖 오해를 불러일으키고 있는 교회가 나서서 이 문제를 어떻게 바라볼 것인지 심층적으로 다루고 대안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는 흑백논리식의 논쟁이 아니라 ‘신앙의 한계 아래서의 이성’을 충분히 발휘한 분석적 접근이 필수적이다.

안타깝게도 최근 교회의 태도는 온갖 논리적 오류들이 뒤섞여 차근차근 분석하고 고찰해보지 않으면 무엇이 고수해야 할 신앙의 영역인지, 근거없는 잘못된 주장인지, 충분한 신학적 고찰없이 거부감에만 초점을 맞춘 태도인지 분별하기 힘들 정도다. 필자가 신학 전공자도 아니며 LGBTQ+에 대한 깊은 지식이나 이해를 갖춘 것도 아니면서 이런 글을 작성해보고 있는 것은, 최소한 자극적인 대립 분위기에 휩쓸리는 대신 나름의 신앙적 양심과 합리적 사고를 기반으로 이런 문제를 바라보고자 하는 노력의 일환이다.


‘차별금지법 반대’에 반대하며

1) 민감한 주제의 글을 시작하며
2) ‘행위’에 초점을 맞춘, 그 부실한 근거
3) 우리는 ‘은혜입은 죄인’이다
4) ‘죄성’에 대하여
5) 성에 대한 성경적 관점, 그리고 교육의 문제
6) 동성애 문제를 대하는 교회의 태도

네이버-쿠팡 연대에 대한 생각

한성숙 네이버 대표

네이버-CJ대한통운 협력 발표 뉴스가 떴습니다.

이와 관련해서 최근 바이라인네트워크의 유니콘스터디에서도 토론을 했었는데, 뉴스가 뜬 김에 개인적인 생각을 남겨봅니다.

라인-야후재팬 경영통합(Z홀딩스)으로 네이버와 쿠팡 연대론이 여기저기서 나오기는 하지만, 그 가능성에 대해선 개인적으론 회의적입니다.

네이버-쿠팡 연대 후 가능한 비즈니스 시나리오를 상상해보면,

  1. 네이버 검색에서 스마트스토어와 쿠팡 외 상품을 제외하거나 차별하는 등의 방식
    • 표면적 점유율은(양사 합만큼) 향상되는 착시가 있으나 연대로 인한 실질적인 매출 또는 이익 측면 시너지가 나는 방식이라 보긴 어렵고,
    • 현재도 스마트스토어 우선노출 불만과 소송이 발생되는 판에, 이런 방식은 규제를 피하기 어렵겠죠.

  1. 네이버쇼핑을 네이버에서 분리하고 쿠팡과 기능적으로 합치는 방식
    • 스마트스토어가 사실 네이버검색의 뽐뿌를 받고 있는 것임을 생각하면 쿠팡 입장에서 분사된 스마트스토어 매력이 있을까요? 글쎄요..

  1. 페이 통합 또는 혜택 연동, 그리고 이를 무기로 한 수수료 인하 등의 시너지를 얻는 방식
    • 비즈니스적으로는 그나마 가능성이 가장 높은 방식일 수 있겠다 싶지만, 2번과 유사한 이슈가 발생할 여지가 있고 시스템적으로도 만만치 않은 작업일거라, 과연..?
    • 쿠팡페이를 분사까지 시키고 핀테크를 본격 가동하려는 입장에서 쿠팡페이 법인 입장에서, 네이버페이 연동보다는 높은 우선순위의 일들이 더 많을 듯 싶네요.

  1. 혹시 또 다른 방식이 있을까요? (같이 토론해보아요)


사실 다 떠나서, 손정의 영향 아래 대동단결이라는 스토리가 꽤나 그럴듯하게 들리지만(네이버-쿠팡 뿐 아니라 소위 말하는 ‘AI 포트폴리오’ 전반적으로), 각 기업은 각자도생일 뿐, 손정의의 포트폴리오를 위해 일하는 것이 아니죠.

그런 면에서 네이버의 대한통운 협력은 너무나 자연스러운 수순이자 합리적인 결정이며, 그렇기에 더더욱 쿠팡과의 연대는 다들 상상(내지는 기대)하는 방식이 아니리라 생각합니다.

물론, 한국 이커머스만을 염두에 둔 것이 아닌 메신저/포털, 커머스, 결제를 통합하는 범아시아 연대를 고려한 손정의와 이해진 의장의 큰 그림이라는 분석도 있긴 합니다(출처: SK증권). 그러나 그러한 그림은(정말로 의도된 것이라 해도) 많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국내 이커머스를 뒤집어 놓아 크게 체감될 시나리오라기보다는, 아시아 시장을 생각하는 전략이라고 보는 편이 더 적절한 해석이 아닐까 생각합니다(물론 성공한다면야 네이버와 쿠팡의 valuation이 더 크게 향상될테고, 그로 인한 규모의 경제가 국내 이커머스 전략에 힘이 될 수는 있겠습니다만).

블랙미러로 철학하기

전체적으로는 철학적 담론을 끌어내기 위해 드라마의 스토리를 억지로 붙인 느낌이 있어서 썩 맘에 드는 책은 아니었으나, 생각해 볼만한 주제가 있다. 최근에 재밌게 읽었던 ‘생각을 빼앗긴 세계‘에서 알게 된 테크기업을 시작했던 사람들의 철학(인공지능을 바라보는 관점, 특히 구글)과도 맞닿는 부분이 있어 생각해볼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되었다.


1. 디지털 클론이 대상인의 기억과 사고방식을 동일하게 공유하고 행동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었다면, 우리는 그것을 그 사람의 의식이라 부를 수 있는가? 혹은 고도의 알고리즘에 불과한가?

먼저 ‘동일성’이 무엇인가에 대해 생각해 볼 때, 양자역학의 주장에 따르면 동일한 속성을 갖는다고 해서 그것이 동일한 대상이라고 말할 수는 없으므로 디지털 클론은 그 자체로 대상인과 동일하다고 말할 수 없다. 

양자역학적인 관점이 아닌 심리·철학적 관점에서, 야스퍼스는 자아동일성(ego identity: 때와 장소에 따르지 않고 자신을 자신이라고 확신할 수 있는 연속된 상태)은 능동성(자신이 한다), 단일성(자신은 혼자다), 동일성(자신은 시간이 흘러도 자신이다), 타인에 대한 자아의 의식(자타의 구별)이라는 4가지 특징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출처: 위키백과). 디지털 클론이 수행된 이후 클론체와 대상인은 어떤 면에서든 다른 환경 속에서 다른 사건을 만나며 서로 다른(완전히 동일할 수 없는) 인식을 키워갈 수 밖에 없기 때문에(인식을 스스로 증강시켜갈 수 있는 형태가 아니라면 일단 ‘의식’이라고 말할 수 없다는 전제 하에) 클론체가 된 이후부터 이미 다른 의식이 되어가는 과정에 들어선 것이나 마찬가지이므로 ‘그 사람’이라고 보기는 어렵지 않을까.

의식이라는 것의 본질상 생명과 뗄 수 없는 속성을 갖는 것이라 전제한다면, 디지털 클론이 가상세계에 업로드해서 존재하는 경우는 물론이고 다른 신체에 옮겨심는다(다운로드) 해도 그것은 이미 본래 대상인과 동떨어진 디지털화된 알고리즘이거나 다른 신체에 체화된 다른 의식으로 보아야 한다. 물론 클론체가 주변 사람들과의 같은 기억을 공유하며 그것이 본인이라 생각하여 말하고 행동할테니 주변인들이 혼란스러울 가능성은 다분하나, 나타나는 혹은 발현되는 특징만으로 그 존재를 원래의 본질이라고 정의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2. 신체는 인간의 의식을 담는 그릇에 불과한가? 아니면 의식과 뗄 수 없는 유닛(unit) 혹은 유기적 복합체인가?

의식은 그 신체와 뗄 수 없는 관계를 갖는다고 생각한다. 감정을 의식의 기능이라 본다면 신체의 호르몬 변화에 의한 감정의 변화(의식의 반응)는 어떻게 설명할 것이며, 반대로 욕구/질투/즐거움 등 감정에 의한 신체의 변화는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만일 감정을 단순히 신체의 변화에 따른 물리적 반응으로만 설명하려 시도한다면, 인간의 의식이란 대체 무엇으로 정의할 수 있는가.

따라서 이 둘은 개념상 구별하여 설명은 가능하나 완전하게 양분 가능한 독립적 실체가 아닌 하나의 유기적 복합체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또한 의식은 그 사람의 신체적 환경 속에서 형성되며, 신체 또한 그 의식의 흐름에 따라 다르게 성장하고 다른 환경에 노출되는 것이 자명하다. 이것이 기계와 사람의 본질적인 차이가 아닐까. 만일 신체를 의식을 담는 그릇 혹은 매우 정교한 유기물로 합성되어 작동하는 기계로 인식한다면 ‘생명’이라는 가치를 평가 절하하게 되기 쉽다.


3. 디지털 클론과 실제 사람들이 뒤섞여 살아가는 사회에서는 어떤 혼란이 야기될 가능성이 있는가?

디지털 클론의 존재 가능성이나 동일성의 논쟁 문제와 다르게, 이들이 뒤섞여 사는 세계가 큰 혼란을 줄 것으로 생각되지는 않는다. 흔히 떠올릴 수 있는 주제는 블랙미러에서도 등장했던 것처럼 다른 존재를 (‘디지털’ 클론이므로 영속이 가능한 형태로써) 받아들이는 다른 사람들의 인식 문제, 그리고 여기서 파생되는 애착의 문제, 이들을 다루는 윤리적 문제 등인데 기본적으로 본래의 사람과 다른 존재임을 인식하지 못할 것 같지는 않다. 그러나 다른 존재로 인식한다고 하더라도 심정적 문제 때문에 발생하는 심리적 혼란 가능성이 있을 수 있으나 일상생활만 살펴보더라도 이런 유형의 심리적 혼란은 꼭 디지털 클론이 아니더라도 애완동물이나 인형 등에 이입하는 감정의 수준은 다를지언정 본질적으로는 다르지는 않다고 생각한다. 결국 그 혼란이 해결하지 못할 수준의 문제가 되지는 않을 것 같다. 다만 디지털 클론을 활용한 범죄 악용의 가능성 등에 대해서는 법적으로 준비할 부분이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속초 문우당 방문기

이번 여름, 교회 수련회를 참석하면서 속초에 들를 기회가 있었다. 다들 해수욕을 즐기는 중에 나는 물놀이에 관심이 없어 카페에 있으려 했으나, 교회 동생의 추천으로 서점에 들르기로 했다. 카페에 죽치고 앉아 있는 것 보다야 좀 더 나은 선택이지 않을까 했던 생각은, 며칠이 지난 지금도 여운이 남아 있을 정도로 여지없이 무너졌다.

문우당 입구 – “책과 사람의 공간”. 뭔가 입구부터 심상치 않다.
응? 왠 제비의 편지?

입구에 들어서려는데 왠 제비가 말을 건다. 호기심에 읽어보니 제비가 집을 지었단다. 응? 제비? 가만.. 지금까지 살면서 제비를 본 적이 없는 것 같은데? 위쪽을 보니 제비가 앉아 있다! 제비집까지…? 나중에 물어보니 가끔 새끼들이 비행연습도 한다고 한다.

저 제비들이 주로 앉아있는 위치가 저기인 탓인지, 바로 밑 주차장 아스팔트는 싸질러 놓은 오물로 오염되어 있고, 제비편지를 보니 주차된 차에도 자주 실례를 하는 모양이다. 이 서점은 이 자그마한 침입자들을 제비부부의 편지라는 감성적인 스토리텔링으로 승화시켜버렸다. 만일 서울의 일반적인 서점이었다면 어땠을까? 제비가 보이지도 않았겠지만, 당장 쫓아버리지 않았을까.

심상치 않은 서점 입구 인테리어와 제비 감성에 비해, 1층은 통상적인 서점과 크게 다르지 않은 느낌이다. 그런데,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이 눈길을 끈다.

계단에는 온갖 책에서 발췌한 문구들이 가득 채워져 있다. 계단 중간에는 ‘숨터’라는 쉬어가도 좋다는 공간이 작게 마련되어 있다. 물론 정말로 앉아서 쉬기에는 뭔가 애매한 위치라는 생각이 들기는 하지만, 문구들을 하나하나 음미하게 만들고 책을 파는 곳이라기보다는 ‘머무름’을 종용하는 느낌이 마치 전시회에 입장한 관람객으로 착각하게 만든다.

그렇게 당도한 2층도 겉보기에는 크게 다르지 않다. 뭔가 열심히 들여다보고 계신 사장님의 ‘어서오세요’ 하시는 인사를 시큰둥하게 지나치고는 천천히 책들을 살펴보기 시작했다.

상당한 수의 독립출판물들이 정렬되어 있었는데 (사실 돌이켜보면 독립출판물들을 실물로 만져본 기회가 없었던 것 같다), 책 표지마다 추천편지가 클립으로 고정되어 있었다. ‘에이, 추천사나 일부 글을 발췌했겠지’ 했으나.. 자세히 살펴보니 하나하나 읽어보고 정성스런 수기로 작성된 내용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그러하듯, 서점에서 책을 들여다보고 있노라면 표지도 열어보지 못한 집에 쌓인 책들에게 양심의 가책을 느끼면서도 계산대로 향하려는 발을 멈춰세워야만 하는 갈등을 겪게 되는 법. 이 때 취할 수 있는 이성적인 선택은 일단 사진을 찍어두고 나중에 온라인으로 구매하는 방법이다. 게다가 나는 G마켓/옥션에서 임직원 쿠폰까지 적용해서 살 수 있잖은가.

그런데 같이 간 동생이 책을 구매하려는데 차에 지갑을 놓고 와서 나중에 입금할테니 카드를 빌려달란다. 잠시 후 카드결제 알림이 떴는데, 계산대로 와보란다. 무슨 문제가 생겼나 싶어 가보니 인상 좋으신 사모님(?)께서 계산대 위에 전시된 문구목록 중에 하나를 고르라신다. 스티커와 책갈피 등이 담긴 선물을 그 문구와 함께 선물해주시겠다는 것.

책을 사지 않더라도 원하는 사람들에게는 선물하신단다. 이 때부터였다. 서점에 마음이 열리기 시작한 것이. 나도 내가 이럴 줄 몰랐다. 하하. 어찌보면 작은 친절에 마음이 열려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게 됐는데, 원래 속초에서 5평으로 시작했다 하신다. 서울에서 시작한 서점이 속초 분점을 내어 운영하는 것 아닐까 싶을 정도로 팬시하고 곳곳에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느낌적인 느낌과 감성이 묻어있는 공간이었는데, 토박이 서점이었다니. 지금 그 건물은 원래 중학교 운동장이 있던 터였다고.

요샌 오프라인 서점 운영하기 만만치 않은데, 게다가 수도권도 아니고 속초인데 (인구가 9만명도 안되는) 괜찮으시냐고, 잘 운영되었으면 좋겠다 말씀드리니 돈 벌려면 서점은 하면 안된다 하시면서도 계속 찾아주시는 고객들이 있다 하시는 걸 보면 이 공간에 나만 감동한 것은 아닌 모양이다. 부부가 운영하고 계신데 그 따님이 디자인을 하는 사람이라 곳곳에 신경을 많이 썼단다. 독립출판물의 서평들, 인상적인 문구와 발췌글들도 그의 아이디어. 1층에는 팝업스토어도 열고 있다.

정말 인상적인 점은, 이런 소품들의 판매가 대형서점에서 파는 상품들처럼 장사하는 느낌 아닌 책을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한 의미를 담은 소품으로 보이게 만드는 능력이다. 공간과 스토리텔링의 힘 아닐까.

결국 사진만 찍고 슬그머니 내려둔 책을 다시 집어오고야 말았다. 이런 곳을 소개해 준 동생에게 고마워 아까 결제했던 책값은 받지 않기로 하고, 지인에게 선물할 책까지 함께 사고야 만든다.

이번에는 선물드릴 분을 위한 문구를 선택했다. “견뎌내지 않아도 괜찮아. 그냥 그렇게. 우리답게 건강한 생각과 마음을 지키고 살았으면 좋겠어. 응원할게”.

책에 감동을 느낄 수는 있어도, 서점에 감동을 느낀 적은 처음이다. 근처에 갈 일이 있으면 또 들러봐야겠다. 아니, 사색할 일이 있다면 일부러라도 찾아 볼만한 공간이다. 공간이 주는 느낌에 걸맞게 역시나 상업적이지 않은 느낌의 독립출판물들이 주는 매력도 그 가치를 더 해준다.

영수증마저 정성스럽다 (고 느끼게 만드는 최면에 걸린 걸지도 모른다)

IF2018 후기

D.CAMP 주관하여 신촌에서 열린 IF2018에서 긴 시간을 들여 부스를 하나하나 모조리 방문하면서 챙겨온 것들을 살펴보면서, 기억에 남았던 스타트업들을 메모해보기로 했다. 

떠헉.. 이거 언제 다 살펴보나 🤪

‘사람을 연결하다’

놀담

사람(시터)과 사람(아이들. 사실은 아이들 부모이겠지만)을 연결하는 서비스.
연결을 중개하는 것 뿐 아니라 시터와 아이들이 함께 즐길 수 있는 놀이도구와 프로그램들을 제공하고 있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그나저나 회사 이름이 매우 인상적이다:  (주) 잘노는 ㅋㅋ

로톡, 마인드아트

법률 상담을 위허 변호사를 매칭해주는 서비스 로톡, 전문상담가를 매칭해주는 서비스 마인드아트. 사용자 입장에서는 전문가가 많으면 많을수록 정보를 찾기 어렵고, 결국 전문가들조차도 살아남기 어렵다는 것을 반증하고 있는 것 같다.

여행의 직구

주변에 외국 여행가는 사람이 있으면 한 번쯤은 뭐 좀 사다 달라고 부탁해 본 적이 있을 터. 이 불편을 아예 플랫폼화 해버린 서비스다. 최근 쿠팡에서 실험 중인 쿠팡 플렉스가 생각났다. 전문 서비스가 아닌, 개인을 통한 니즈 해결과 수익 창출 모델. 

팬심

1인 미디어, MCN 등의 영향력을 새삼 다시 생각하게 만든 서비스 아이디어. 1인 디지털콘텐츠 크리에이터들이 이미 셀럽인 경우는 워낙 많지만, 이들에 대한 팬덤이 사업화 될 정도라니. 이들에게 선물을 보내는 일을 대행해주는 서비스.

‘상생이란 무엇인가’

스타트업과 대기업은 어떻게 상생해야 할지, 서로 간에 얻을 수 있는 시너지는 없을지 고민하게 만든 업체들. 내가 할 수 있는 역할이 있을까?

투모런스 / 핏코

제공되는 명함 타입의 측정 보조도구과 상하의를 함께 촬영하면 크기를 정확하게 측정해주고 이를 서비스에 등록하면, 핏코 서비스앱에 연동된 쇼핑몰에서는 해당 크기의 사이즈 옵션을 자동으로 선택해준다. 

명함타입의 보조도구가 아니라 아예 3D 스캐너를 통해 측정하는 것도 가능한데, B2C 서비스 핏코앱의 완성도를 다듬는 것도 상당한 작업일텐데 B2B 사업이어야 할 장비까지.. 아직은 BM이 명확하게 정립되지 않은 느낌. 

서비스앱에 연동된 쇼핑몰이 아직은 없다보니 옵션 선택 UI는 핏코앱에서만 동작하기 때문에 실제 쇼핑을 위해서는 장바구니에 담아두고 해당 쇼핑몰에 재방문해야 하는 불편이 있다.

바다볼래

스티치픽스와 유사한 의류 추천 모델이나, 여행룩을 타겟으로 한다. 국내 쇼핑몰 상품들과 상품평을 크롤링하여(G마켓/옥션도?ㅋㅋ) 분석하고, 본인 취향이나 방문하고자 하는 여행지에 잘 어울리는 의류를 추천하여 발송해 준다. 왜 여행 분야로 한정했을까 하는 의문이 들긴 한다.

다르개

반려견 용품을 제작 판매한다. 유기견 지원이 사업의 모티베이션이어서인지 업사이클링이라는 사회적 주제를 함께 결합하고 있다.  쇼핑몰 입점도 원하는 것 같은데.. 여전히 뭔가 어려움을 느끼고 있는걸까?

에벤에셀케이 (이미지프레소/비디오프레소)

사람 눈으로는 인식하기 힘든 컬러값을 동일하게 맞춰서 압축률을 높이는 기술을 서비스화했다. 기술 장벽이 높지는 않아서인지, 특허 보유 여부에 대한 질문에 바로 그렇다는 답변을 주신다. 

로로젬

쥬얼리를 AR로 착용해볼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상품 자체는 3D 모델이 아닌 AR 스티커에 가깝다. Virtual fitting을 비교적 빨리 사업화했고, 쥬얼리 분야에 특화하여 여러 브랜드를 입점시켰다는 점에서 실행력이 있는 업체인 듯 하다. 다만 다양한 AR앱이 막 쏟아져 나오는 시기에 얼마만큼 경쟁력을 갖추어 나갈 수 있을지.. 대기업들과 협업 또는 공정한 경쟁이 가능할지에 대한 고민을 하게 된다.

‘DIY’

STACKUP 

휴대용 보틀의 사이즈를 블록 사이즈로 조절 가능하게 만든 재미난 아이디어. 연결했을 때 내용물이 새지 않도록 각 블록마다 고무패킹을 해두었다. 그런데.. ‘스택업’이 맞는 것 같은데 왜 ‘스텍업’이라고 쓸까.. 괜히 신경쓰인다 ㅋㅋ

LUXROBO (MODI)

종이재질로 제공되는 도안과 배터리, 버튼, 부저 등 각종 입출력 모듈들을 연결하여 조립하여 다양한 인터랙티브 작품들을 만들어 낼 수 있다. 스마트폰과 블루투스 연결이 가능한 모듈도 있고, 간단한 코딩으로 동작을 제어할 수도 있는 등 아이가 있다면 함께 한다는 핑계로 만지작 거려보고 싶은 제품.
(그런데 왜 대체 진열된 킷트를 훔쳐가는 사람이 있는 건지 이해불가.. 노상에 열리는 무료 행사는 이런 위험을 감수해야만 하는가..)

미스터 공간

이제 집의 공간도 렌탈로 꾸미는 시대? 월 4~8만원대의 가구/인테리어 소품들을 대여하여 공간을 꾸밀 수 있는 서비스. 싫증나면 다른 가구로 바꿔서 지낼 수 있으니 활용 관점에 따라 비용측면에서 괜찮을 듯도 싶다. 이런 사업은 가구 재고 관리가 매우 중요한 영역일 듯 한데, 그렇지 않은 사업이 어디있겠느냐만서도 여러가지로 고생이 많으실 듯 하다. 문득, 이사를 하게 되면 새 주소로 다시 렌탈하면 이삿짐이 많이 줄어들겠다는 생각이 든다.

‘데이터’

Formakers (포메스)

게임 추천계 왓챠 느낌. 왓챠처럼 별점을 받는 것이 아닌 스마트폰으로부터 데이터를 획득하는 방식. 다만, iOS의 경우 Game Center 데이터 획득이 불가능하여 안드로이드만 가능하다는 한계는 있다. 현재는 비즈니스모델이 올려져 있지는 않으나 데이터를 확보한 이후 본격적인 사업으로 확대될 듯 하다. 왓챠나 리멤버의 경우와 같이 ‘데이터’를 축적하는 초기모델인데.. 게임 평가 데이터의 가치는 얼마나 될지 궁금하다.

에필로그

이 외에도 너무나 많은 업체/기관들(IF2018 홈페이지 참조)이 애쓰고 계셨는데, 다 기록할 수 없어 아쉽다. 척박한 스타트업 생태계에서 저마다의 영역에서 승부를 던지는 야생적 모습들은 늘 도전이 된다. 스타트업 특유의 에너지나 다양한 아이디어들로, 여러 측면에서 긍정적인 자극을 받을 수 있었던 의미있는 행사.

#스타트업이_장난이야? #놀러_왔어?
#스타트업_하고_앉아있네
#나는_왜_이_일을_하는가